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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뭐해, 빨리 와. 먼저 간다?

    ― 걷지 않는 다리(完)

    • 그가 혼자 걷다가 곧바로 뒤를 돌아,
      눈을 들어 내게 시선을 맞춰온다.

      나를 찾는다. 그의 눈동자가,
      검고 투명한 막이 내 모습을 반사하고 있었다.
      그렇게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곧 앞을 본다.

      눈동자 속엔 그가 가진 깊은 세계가
      곧 발을 옮길 장소를 비추며 기대하고 있겠지.

    • 그의 세계 속에 내가 섞여들어간다.
      그의 눈빛, 그 조명 아래 섰다.
      그 빛 아래서 그의 눈을
      이정표처럼 좇으며 함께 걸었다.

      그 눈은 저곳을 담고 있을 것이다.
      세계를, 그가 발 디딜 곳을, 쉴 곳을
      그가 앞으로 걸어나갈 곳을.

    • 언젠가부터 나를 눈에 가득 담은 그 보다
     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걸어갈 곳을 담는 그를

      더 사랑하게 됐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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